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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9-25 11:14
독서저널(131호)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2,947  
<달의 제단>


지은이 : 심윤경

몇년 전 작고한 「혼불」의 최명희 선생을 다시 뵌 듯 잠깐 감회가 일렁인다.
72년 서울 출생의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효계당을 무대로 불천위신위를 모신 종가에서 서자를 승적시켜 제사를 받들게 하는 어느
반가의 이야기이다.
유아기에 헤어진 후 한번도 만나지 못한 아몬드같이 갸름한 얼굴의 생모와 주변을 맴도는
떳떳치 못한 풍문들, 그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던 할아버지, 현숙한 해월당 어머니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 17대 종가의 종손인 주인공이 숨 막히는 구도 속에서 자맥질
한다.
“분지에 고여 든 무거운 공기 속에서 나는 점도가 높은 액체 속을 헤엄치는 비정형 생물
처럼 느리게 팔 다리를 움직이며 살았다.”
이렇듯 해월당의 정숙함과 정결함, 누대 조상에 대한 경모와 의무, 명문가 종손이라는
얼개 속에서 주인공은 한없이 무기력해 갈 따름이다.
어느 날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주인공에게 어떤 임무가 주어진다. 이장하다 발견된
수백 년 땅속에서 묵은 언간을 해석하라는.
언간은 누대 조상인 소산 할매가 오랜 세월에 걸쳐 친정 할머니와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 들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서안 조씨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킬 만한 사실들이 드러나고
언간은 할아버지에 의해 불살라진다. 소산 할매의 일생을 기록한 피울음들은 흰 연기로
사라지고 불붙은 서안은 효계당을 불태운다.

작가의 말에서 인용한다.
“가슴의 뜨거움조차 잊어버린 쿨한 세상의 냉기에 질려버렸다. 맹렬히 불타오르고
재조차 남지 않도록 사그라짐을 영광으로 여기는 옛날식의 정열을 다시 만나고 싶다.”

덥고 끈적끈적한 여름이다. 이 여름을 쿨하게 그러나 정열적으로 사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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