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달콤한 직업
지은이: 천운영
한국문학번역원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스페인 말라가에서 지내는 동안 [돈키호테]에 빠져. 소설에 등장한 음식을 찾아 나서고 결국 서울 연남동에 스페인 가정식 식당 ‘돈키호테의 식탁’을 차려 2년간 운영한 끝에 내놓은 산문집입니다.
마지막 여행지에서 지푸라기인형에 마음을 빼앗기고 돈키호테에게 산초가 있고, 산초에게는 그의 당나귀 루시오가 있듯 그에게도 지푸라기 당나귀가 있어 그것이 나를 보호하리라. 식당을 하는 동안 안식이고 위안이었고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었던 그의 당나귀.
일단 칼을 정성을 다해 벼리고 흑돼지가 살았던 평야와 도토리나무를 생각하며 소금에 절여 바람에 말린 뒷다리 하몽을 자르던 스페인의 기술자.
이것이 바로 도토리고 바람이고 들판이라고 말하는 기술자의 말을 들으며 어쩐지 엄숙하고 경건한 하몽의 세계로 들어가고 맙니다.
멸치의 신세계인 스페인의 말라가.
사시사철 멸치축제. 멸치튀김과 멸치식초절임. 굵은 소금을 훌훌 뿌려 구운 멸치.
살짝 구운 빵 위에 얹어 먹어도 좋고 짭잘이 도마도와 함께 먹어도 좋은 드디어 작가가 말라가 사람으로 인정받게 된 멸치사랑!
서서히 봄꽃의 축제가 끝나고 5월의 싱그러움이 산과 들에 산소폭탄처럼 터지겠지요.
마늘장아찌를 담그고 오이지를 담그며 물말아 올려먹을 쌈박한 장아찌를 마련하느라 바빠질 것입니다.
올 봄에는 유난히 쌉쌀하고 달콤한 봄나물을 상에 많이 올렸습니다.
맛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땅의 정기를 많이 품고 있어 분명히 좋은 기운을 북돋워 줄 믿음 때문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봄의 향연을 즐기시며 더욱 행복해지시기 바랍니다.
- 도서추천위원: 김경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