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쓰기
지은이: 김훈
한 해의 꼭 절반을 넘어가는 7월의 아침입니다.
마루 끝의 선풍기는 조용히 돌아가고 베란다의 잎사귀들이 가슴 열어 여름빛을 한껏 빨아 당기는 모습에 이 억세고 힘센 여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 중입니다. 이번 7월에는 김훈이 원고지에 꾹꾹 눌러 쓴(연필로 쓰기)를 읽어봅니다.
"인적 없는 공원에 연 꽃이 피어서 그윽했다. 수련 꽃은 물 위에 내려앉은 별들처럼 보였다.
연꽃은 활짝 피어 있어도 소란스럽지 않다. 연꽃은 늘 고요하고 차분하다.
연꽃의 봉우리가 조금씩 벌어지는 모습은 곤한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서 이승으로 다가오는 꿈처럼 보인다."
김훈의 글을 읽을 때면 말을 이처럼 꼭꼭 십는 밥처럼 조물조물 잘 쓸 수가 있구나. 때론 말이 너무 여물어서 가슴이 시릴 때도 많았습니다.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지우개 가루가 책상위에 눈처럼 쌓이면 내 하루가 다 지나갔다."
아무래도 올 여름은 사각사각 메밀 채운 책 베개를 끼고 해 그림자를 따라 이 방 저 방 헤맬 모양입니다.
- 도서추천위원 : 김경심 -